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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0422 지나가는 하루하루

Diary/오늘은

by 황제코뿔소 2020. 4. 2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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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 녀석의 전화

강진이에게 보이스톡이 왔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반갑기 그지 없었다.

40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아는 침팬지 중 가장 유명한 손팬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동학삼전운동까지 꽤나 여러 주제를 오갔다. 

무지하게 촌스러운 스웨터 천의 겉옷을 입고 거의 아프로에 가까운 뽀글뽀글 곱슬머리의 녀석은 내가 만난 첫 대학동기였다. 벌써 10년이 더 되었다니. 

완전 몰입해야하는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전화했다는 녀석. 이번에도 시험 떨어지면 x된다는 소리에 너 이번에 꼭 될꺼지만 안되도 다 길이 있다고, 이렇게 누워 있는 나를 보라고 ㅋㅋㅋ 응원 아닌 응원을 건냈다. 

전국을 누비며 함께 밟은 자전거 페달과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함께 맡은 이국의 내음. 그 때가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그립다는 나에게 녀석은 단호했다. 우리 무조건 또 갈꺼니까 준비 잘하고 있으라고. 빚 내서라도 갈꺼라고. 뭉클했다.

 

 

 

20200421 더블 산책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신청하고자 주민센터에 방문했다. 모처럼 쉬는 날인 만큼 집에 계시라 했지만 "넌 그래도 내가 같이가면 더 좋잖아."라고 하시는 엄마. 그건 그렇다. 엄마바보 아들, 아들바보 엄마. 우린 이렇다. 

가는 길, 오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무엇을 그리도 새로 짓겠다는건지 빌라들이 비좁게 몰려있는 골목마다 온통 공사판.

신청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출발 전 미리 전화도 해보고 나선 길이었으나 동생의 청년수당을 생각하지 못한 것. 우여곡절(?) 끝에 신청까지 완료했지만 3월부터 동생이 일을 하게 된 터라 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치 그렇게 하기로 이미 정한 것 마냥 집앞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우리 너무 웃긴다며 키득거리다가 이내 무슨 쿠폰이나 기프티콘으로 어떤 메뉴를 사야 좋을지 진지한 모드로 돌변했다. 결론은 호두당근케이크와 라떼 2잔.

그렇게 엄마와의 동네 산책을 마친 이후에는 클럽창비 멤버들과 문학 산책에 나섰다. 개별미션을 조로 묶어서 제출하는 것 이상으로 창비 계간지를 함께 '읽어보자'는 취지로 가진 2번째 화상 모임. 첫 모임 때보다 훨씬 밀도있고 좋았다. 한솔이가 회의록을 작성해준 덕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주 미션이었던 <작가조명>에서 다룬 황인찬 시인을 시작으로 시의 쓸모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부끄러움까지 다닿게 되었다.

혼자 읽고 리뷰를 썼을 때 난 분명 환기하지 못했었다. 청년 동주가 혹독한 시대와 달리 자신의 시는 쉽게 쓰여진다며 느낀 아픔을. 서로에게 송몽규가 되어주자는 그 무거운 말을 어찌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한 건 아닐지. 하지만 그때의 진심이 중요한 것이겠지.

여운이 많이 남은 밤이다.

 

20200422 늘어진 행복

펭귄이 일찍 와줬다.

함께 밥을 먹고, 손을 꼭 잡고 낮잠을 자고,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고 냄새를 맡았다. 

늘어진 카세트 테이프 줄 같던 우리. 

그 행복을 함께 녹음한 우리 외엔 다른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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