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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추억의 상징

Diary/오늘은

by 황제코뿔소 2020. 2. 1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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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에 초등학교를 들어간 나는 4학년까지 고양시에서 살았다. 3학년 때 같은 반을 지내면서 사귀게 된 친구(a.k.a 조개탕)가 내게 가장 오래 된 친구이다. 동시에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반이 달라진 4학년 때 수업 먼저 끝난 사람이 상대반 뒷문 밖에서 기다릴 정도(애뜻)로 끈끈했다. 그때 보낸 그 2년이라는 시간이 아직까지 우리를 이어주고 있다는 것이 항상 신기하다. 내가 국제학교를 다닐 시절 잠깐 한국에 들어왔던 때도, 조개탕이 군인일 때도, 서로 다른 도시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우린 각자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해왔다. 조개탕은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선생님이다. 건강한 생각과 올곧은 언행이 그 좋음의 근거이고, 자신의 학생들에 대한 따뜻한 고민과 노력 그리고 남는 본인 시간에 차분히 쌓아가고 있는 커리어가 그 훌륭함의 근거이다. 

나는 5학년 때 서울로 이사왔지만 조개탕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거기 그곳에서 살고있다. 여전히 거리가 꽤나 떨어져있지만 조개탕은 내가 무균실에서의 항암을 마치고 집에서 쉬는 기간 동안에 매번 나를 보러 와주었다. 그리고는 서울 근교로 훌쩍 나들이를 데려가주었다. 1월이 내겐 골수 이식을 받은 지 한달차가 막 넘어가던 시기였고 조개탕으로서는 대학원 학기가 있던 터라 2월 초가 된 이제서야 만났다. 만나자마자 VIPS 올림픽공원점으로 가서 바로 우적우적. 여유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게 현재 제한과일인 딸기를 테마로 하는 다양한 디저트들이 있었지만 먹지 못했고 내가 먹은 양이 이번 달 들어 확 줄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뭐 그걸 모르고 갔던 것도 아닐 뿐더러 조개탕은 정말 엄청나게 먹었고 나도 기분좋은 배부름까지 도달했다. 무엇보다 4만원에 스테이크와 샐러드바를 이용했기에 합리적 가격!

그렇게 배를 채운 뒤 우리가 간 곳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6년을 지낸 강동구. 본인에겐 생소한 곳임에도 나의 추억여행에 흔쾌히 함께 해주었다. 사실 정작 내가 추억여행이라는 이번 외출플랜에 대해 갸우뚱하고 있을 때 조개탕이 밀어붙였다. 내겐 학창시절 등하교의 기억이 고양시보다 이 곳이 훨씬 선명하다. 그 선명한 기억만큼이나 너무나도 달라진 그 곳을 방문한 시간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끝도 없이 늘어져있던 주공아파트 단지가 있던 자리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솟아있었다. 레고같이 생긴 건물들 외에도 입주를 축하한다는 현수막과 급하게 짓고 있는 단지 내 초등학교는 대규모 재건축을 실감나게 했다. 그렇게 바뀐 것이 많은 곳에서도 여전히 그대로인 장소들에서 우리는 차를 멈추고 잠시 거닐었다. 그건 바로 내가 다니던 학교와 성당이다. 

 

엄마 손에 이끌렸지만 꾸준히 왔던 그 본당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과거가 모두 추억인 것은 아니다. 꺼내어 보고 돌이켜보는 과거가 추억이다. 그렇게 내겐 추억 그 자체인 친구와 추억의 장소로 떠난 추억이 하나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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