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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을] 9주차: 시 한 스푼 꿀꺽

Library/Club 창작과비평

by 펭펭's 코코 2020. 12. 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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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는 항상 어렵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다가서려 노력 중이다. 거창한 노력은 아니지만 창비를 통해 정기적으로, 시요일 어플을 통해 비정기적으로 시를 간간히 섭취 중이다.

이번주 미션인 문학초점과 평론에는 시에 대한 내용이 가득해서 반가웠다. 물론 창비의 본 코너에서 '시'는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터줏대감이다. 여러 편의 시에 대한 코멘터리를 읽으니 시를 크게 떠서 입에 넣어 볼 용기가 생긴다. 

폐허를 인양하다
국내도서
저자 : 백무산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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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성장담같은 시집(밤의 팔레트)이나 '가출팸'의 정서 같은 시집(숲의 소실점을 향해)보다는 노동시를 오랜만에 더 읽어보고 싶다. 노동시는 때론 그 메시지가 내게 너무 무거우나 전달하는 문체가 직설적이고 거침없을 때가 많다. 내가 읽어본 노동시라고 해야봐 얼마 되지도 않지만 말이다. 

나는 박노해 시인을 통해서 노동시를 맨 처음 접했다. 학생운동을 몸소 경험한 세대에게는 잘 알려진 시인이다. 시인의 이름은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에서 따온 필명이었는데 정식으로 개명했다. 그는 1984년에 <노동의 새벽>을 출간한 이후 7년 동안 수배당한다. 1991년에 결국 체포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7년 반을 옥중생활을 한 끝에 김대중 대통령이 특별사면 하게 된다.

 

 

 

그는 수감 중에 "준법서약서"에 서명을 한 탓에 당시 진보 진영 내에서는 변절했다는 등의 비난과 질타를 받았다는데.. 모두 다 내가 그의 '순한맛' 작품들을 접한 훨씬 이전의 일이다. 패기있는 정치학도가 되겠다고 나름 치열하게 학부시절을 보낸 나였지만 중동분쟁은 와닿지 않는 주제였다. 물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더 시급하고 흥미로운 사안들이 많았다. 그러던 중 독서토론 소모임에서 박노해 시인의 책이 세미나 도서로 선정되면서 나는 중동분쟁 그리고 박노해 시인에 대해 관심이 생겨났다. (중동분쟁과 관련해서는 박찬욱 감독의 <리틀 드러머 걸>,  드뇌 빌뢰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 등과 함께 할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일단 이 포스팅에서는 패스한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Pamphlet002)
국내도서
저자 : 박노해
출판 : 느린걸음 200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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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사진 및 예술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시를 접목한 그의 책은 나를 매료시켰다. 그가 출간한 다른 책들을 잔뜩 읽어보고 그 중 1권은 펭귄과 썸을 타던 당시에 선물하기도 하였다. 나눔문화에서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에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과 시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가 작년에 경복궁 역 근처로 이사를 와서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지만 산기슭 비밀공간 같은 컨셉이었던 이전의 위치(부암동)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남미여행을 할 당시 쿠스코에 있는 한인식당에서 박노해 시인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위에서 언급한 당시의 논란처럼 그의 삶의 궤적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한 시각에서는 그의 작품과 근래의 행보에 대해서도 곱지 않게 보일 것이다. 노동과 진보의 가치를 예술이라는 분야에 접목하여 '상품화'하였으니 말이다.

다만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과 속절없이 변하는 사회 속에서 현실과의 타협으로부터 어느 누가 자유로울까? 무엇보다 스스로 이름에 각인한 것처럼 그의 요체는 노동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노동의 요체는 '현장'이다. 그의 작품에는 '현장'이 있다. 그것만으로 나에겐 되었다.

 

 

그건 그렇고,

시가 유독 당기는 요즘이다. 

시가 유독 필요한 요즘이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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