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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by 김동영

Library/book

by 황제코뿔소 2021. 6.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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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쉼표에서 본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수령 주소를 입력하러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을 때 본 책이 여행 및 투병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에세이라는 점만 알게 되었을 뿐, 책과 작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지 못했다. 여행은 내가 언제나 반기는 주제이고, 백혈병환우회에서 함께 읽는 책이기에 투병에 관한 부분도 나와 멤버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이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기대와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경험의 확장, 정서적 위안, 시선의 통찰 등 독서에서 기대하는 그 어떠한 요소도 느끼지 못했다.

우선, 읽을수록 초점이 흐릿해진다. 이 책은 살아간다/떠난다/돌아온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록된 글들은 각 파트의 제목과 매칭이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하게는 같은 파트에 묶여 있는 글들이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게다가 각 챕터의 길이가 짧아서, 전체적인 호흡은 짧은데 앞뒤 길이 호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저자의 말과 감성이 하나씩 축적되고 뭉쳐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구성이다. 이 부분은 작가보다 출판사, 편집자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격적인 문제는 아무래도 내용이다. 저자의 메시지(최소한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주제)자유. 그렇다, 여행작가들의 흔한 주제이다. 다만 본 책은 단순 여행에세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할 정도로 작가의 투병 및 개인사에 관한 내용이나 여행지가 아닌 일상을 배경으로 하는 글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 주제의 희소성을 떠나서 매개체인 글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자유를 언급하지만, 그의 글에는 타인의 시선이 상당히 묻어있다. 누가 뭐라 해도 다리 찢기라는 챕터는 그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내용에서도 다리 찢기를 진지하게 임하는 것에 사람들의 평가를 의식하고 있다. 저자 소개에서도 그렇다. 첫 문장이 그런데 생선으로 더 많이 불린다.”이다. 스스로 자신의 예명을 생선이라 지었을 터인데, ‘불린다는 타동사를 쓰고 있다. 우리는 누가 단순히 여러 번 말한다고 그 말에 수긍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누구나 다 수긍할법한 말이라면 그 사람의 말을 굳이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책이 과도하게 포장되어 있다는 인상만이 짙게 남는다. 상처받은 곰처럼이라는 챕터는 서로가 너무 달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국 헤어지게 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함께하자고 설득하지 않았고, 헤어져야 하는 상황을 그저 받아들였다는 저자의 말부터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는 사랑이라는 형태의 이해와 공존은 결코 같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녀에게 이런 나라서 미안.”이라고 말하고 싶다는 저자의 마무리에서 솔직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내가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작가의 감정과 말을 거짓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박완서 작가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은 직후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별개이다. 비교 대상이 너무 넘사벽인가?

내용이 상호모순적이라서 신뢰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분명 일상이 버겁고 관계가 부담스러우면 재앙을 피하듯 여행을 떠난다고 설명하던 저자가 뒤에서는 여행에 별다른 목적이 없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야 마음이 넉넉해지고 행복해지는 속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자신에게 일을 의뢰할 때 예산 얘기부터 하는 본인을 돈 밝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싶다. 앞서 펴낸 책들이 대박이 났고 그에 따른 연장으로 책을 계속 내야겠는데, 소재는 고갈되어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을 그럴듯한 문장들로 이리저리 섞어 놓은 느낌이다. 돈 밝히는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사실 작가 소개에서부터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작가는 자신의 예명이 생선인 이유를 평생 눈을 감지 않는 생선처럼 살아가면서 모든 순간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이어서 자신이 거친 다양한 직업이 열거한다. 그러한 다채로운 이력을 지니게 된 경위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중의 다수는 단순히 새로움에 대한 열망만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것들이다. 작가 소개에서 ?”했던 것이 책을 막상 읽어보면 ..”하게 된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다루는 방식이 과시적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내가 접한 이길보라 작가가 그러했다, https://hworangi.tistory.com/177)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내게 김동영 작가가 그러했다.

새로 합류한 멤버들 중 한 분은 비슷한 맥락에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라는 책의 제목과 달리, 작가 본인은 이것저것 해본 것도 많고 가본 곳도 많은 사람이라서 괴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참고로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가 쓰인 겉표지는 책 전체를 감싸고 있지 않다(내용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 이러한 디자인도 겉만 그럴싸한 대목으로 다가온다). 바로 그 다음 표지에 안쪽에는 작가 소개가, 바깥에는 괜찮아가 쓰여 있다. 본인은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으면서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와닿지 않음을 넘어서 건방지게까지 느껴진다고 밝혔다.

확실히 이 책에 대한 불만은 나만 든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뉴비는 1장이 채 안 되는 사는 건 귀찮은 것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투병을 경험한 사람이 삶이 귀찮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는 일상의 모든 평범한 면면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https://hworangi.tistory.com/166). 우리 중 누군가는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숙주반응으로 고생하고 있고, 재발 걱정에 조마조마하며 살고 있다. 비록 저자가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그 메시지를 발화하기 위한 토대가 귀찮음이었다는 점이 나 또한 개운치 않았다.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했던 멤버는, 작가가 힘들게 투병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로워”,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두 번째 여행을 떠났다는 점만큼은 도통 이해가 안 간다고 털어놨다. 그 밖에도 개인적으로 작가의 시선이 거슬렸던 지점이 있었다. 자신의 고양이가 자신을 사랑해줬고, 기다려줬고, 항상 바라봐줬으니 좋은 고양이었다는 케루악이라고 부를게는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신의 고양이를 떠나보낸 글에서 대상의 효용을 근거로 가치를 판단하는 문장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추천한 멤버를 포함하여 여성 2분은 이미 김동영 작가를 알고 있었다. 작가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며 이번 책도 좋았다고 소감을 나눴다. 이 책에 관해 대화를 나눈 가까운 지인들도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좋게읽어봤거나 최소한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김동영 작가의 감성이 잘 맞나 보다. 분명 나도 본 책에서 그녀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를 가진 행성이라면 나는 떠돌이 혜성 같았다와 같이 아기자기한 문장을 중간중간 마주한 기억은 있다.

그러나 내 기준에서 여행과 투병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훨씬 좋은 책들은 얼마든지 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는 내가 읽어 본 김영하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소설가로 유명한 그이지만 산문으로 맨 처음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미디어 노출이 많은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 나의 편견이 상당 부분 깨졌다. 신화, 철학자들, 개인적인 경험 등 여러 재료를 활용하여 여행이라는 주제에서 철학적 질문을 뽑아내는 수려함에서 named 작가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또한 빠질 수 없다. 내용이 풍성하고 이야기를 확장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히 여행의 인문학이라고 칭해도 될 만하다. 사실 무엇이 되더라도에서 작가의 정신건강과 투병과 관련한 내용은 일부이기 때문에, 그런 공감과 위로를 찾는다면 랩 걸이나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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